프로틴 매대 앞에서 WPC, WPI, WPH라는 알파벳만 보고 뭘 사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가격은 같은 1kg인데 몇 만 원씩 차이가 나고, 어떤 건 "분리"라고 써 있고 어떤 건 "가수분해"라고 써 있다.
가격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 세 가지는 같은 유청단백질을 얼마나 정제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라, 함량·유당·흡수 속도라는 조건을 나란히 놓고 봐야 내 상황에 맞는 걸 고를 수 있다. 이 글에서 그 조건을 표로 정리하고, 상황별 판단 기준까지 함께 본다.

1. WPC·WPI·WPH, 무엇을 기준으로 나뉘나
셋 다 원료는 같다. 치즈를 만들고 남는 유청(우유의 액체 성분)에서 단백질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뽑아냈는지가 갈림길이다.
WPC(Whey Protein Concentrate, 농축유청단백질)는 유청을 한 번 여과해서 만든다. 단백질 순도는 70~80% 선이고, 지방과 유당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 그만큼 가공 단계가 적어 가격이 낮고, 면역글로불린·락토페린 같은 부가 성분도 더 많이 남는다.
WPI(Whey Protein Isolate, 분리유청단백질)는 WPC를 한 번 더 정제한 것이다. 미세여과나 이온교환 방식으로 지방·유당을 추가로 걸러내 단백질 순도가 90% 이상으로 올라간다. 유당이 1% 미만으로 낮아지는 대신 가공 비용이 더 들어간다.
WPH(Whey Protein Hydrolysate, 가수분해유청단백질)는 WPI를 효소로 미리 잘게 쪼갠 형태다.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펩타이드 단위로 분해돼 있어 흡수가 가장 빠르지만, 그만큼 공정이 복잡해 세 가지 중 가격이 가장 높다.
정리하면, 뒤로 갈수록(WPC→WPI→WPH) 순도와 흡수 속도는 올라가고 유당은 줄어들지만 가격도 함께 올라간다.
2. 함량·유당·흡수·가격 조건표
WPC·WPI·WPH 함량·유당·흡수·가격 비교
| 구분 | WPC(농축) | WPI(분리) | WPH(가수분해) |
|---|---|---|---|
| 단백질 함량 | 70~80% | 90% 이상 | 80~90% |
| 유당 함량 | 4~5% | 1% 미만 | 1% 미만 |
| 흡수 속도 | 보통 | 빠름 | 가장 빠름 |
| 1kg 가격대 | 낮음 | 중간~높음 | 가장 높음 |
세 가지 차이를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해진다. 아래 표는 100g 기준 단백질 함량과 유당, 흡수 속도, 1kg 가격대를 정리한 것이다.
WPI는 유당이 아예 없나요? 아닙니다. 1% 미만으로 줄어들 뿐 완전한 무유당은 아닙니다.
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WPC와 WPI의 유당 차이다. WPC는 100g당 4~5g의 유당이 남아 있는데, 이 정도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찰 수 있다. WPI는 이 수치가 1g 미만으로 떨어져 대부분 무리 없이 소화한다. 흡수 속도는 WPH가 가장 빠르지만, 일상적인 근성장·체중관리 목적이라면 WPI와 큰 체감 차이는 없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다.
가격 차이가 왜 이렇게 크게 나는지는 다음 계산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3. 어떤 경우에 무엇이 유리한가
상황별 판단 가이드
가격표만 보면 WPC가 항상 저렴해 보이지만, 실제로 먹는 단백질량으로 환산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30g 한 스쿱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WPC(단백질 75%) 30g에는 실제 단백질이 22.5g 들어 있고, WPI(단백질 90%) 30g에는 27g이 들어 있다. 1kg에 WPC가 35,000원, WPI가 55,000원이라고 하면, 1kg 안에 든 순수 단백질량은 WPC 750g, WPI 900g이다. 이걸 단백질 1g당 가격으로 나누면 WPC는 약 46.7원, WPI는 약 61.1원이 나온다. 즉 이 조건에서는 WPC가 여전히 더 저렴하지만, 그 격차는 겉으로 보이는 1kg 가격 차이(2만 원)보다는 작다. 브랜드마다 실제 함량과 가격이 다르므로, 살 때 이 계산을 한 번씩 해보는 게 정확하다.
예산이 우선이고 유제품을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다면 WPC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반대로 우유만 마셔도 속이 더부룩했던 경험이 있다면 WPI 쪽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운동 직후 흡수 속도 자체가 중요한 고강도 트레이닝을 한다면 WPH를 보조로 섞는 방법도 있다.
주변에도 처음엔 저렴한 WPC를 샀다가 속이 계속 불편해서 결국 WPI로 바꾼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부터 자신의 소화 반응을 먼저 확인했으면 좋았을 상황이었다.
4. 사기 전 확인할 순서
제품을 고르기 전에 아래 순서로 직접 확인하면 광고 문구에 흔들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
✔ 영양성분표에서 1회 제공량(보통 25~30g)당 실제 단백질 g수를 확인한다
✔ 유당 함량이나 '락토프리(Lactose Free)' 표기가 있는지 본다
✔ 1kg 가격을 단백질 1g당 가격으로 나눠 실질 비용을 계산한다
✔ 평소 우유나 유제품을 먹었을 때 속이 불편했는지 떠올려본다
✔ 목적이 다이어트(칼로리 관리)인지 근성장(흡수 속도)인지 구분한다
이 다섯 가지만 확인해도 성분표 앞에서 헤매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자주 묻는 질문
단백질 보충제를 고를 때 자주 헷갈리는 부분을 모았다.
Q. WPI가 WPC보다 무조건 좋은 건가요?
아닙니다. 단백질 순도는 WPI가 높지만 g당 가격은 오히려 WPC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당불내증이 없고 소화에 문제가 없다면 WPC로도 충분합니다.
Q. 유당불내증이 있으면 꼭 WPI나 WPH를 먹어야 하나요?
반드시는 아니지만 권장됩니다. WPC는 유당이 4~5% 정도 남아 있어 속이 더부룩할 수 있는 반면, WPI는 1% 미만으로 걸러져 있어 증상이 덜합니다. 심한 유당불내증이면 WPH나 락타아제 효소가 들어간 제품을 함께 고려합니다.
Q. WPH는 일반인도 먹을 필요가 있나요?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 WPH는 미리 잘게 쪼개둔 형태라 흡수가 가장 빠르지만 가격도 가장 높습니다. 운동 직후 흡수 속도가 중요한 고강도 트레이닝이 아니라면 WPI만으로도 목적은 충분히 달성됩니다.
정리
WPC·WPI·WPH는 같은 유청단백질을 얼마나 정제했느냐의 차이이지, 어느 하나가 무조건 우월한 게 아니다. 예산과 소화 반응이 문제없다면 WPC, 속이 불편하거나 순도를 우선한다면 WPI, 흡수 속도가 중요한 고강도 운동이라면 WPH를 보조로 쓰는 식으로 상황에 맞춰 고르면 된다.
이번에 제품을 살 때는 1kg 가격표만 보지 말고, 영양성분표에서 단백질 g당 가격을 한 번 계산해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질환이나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의 단백질 섭취량은 전문가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 Hilmar Cheese Company, "Breaking Down the Whey Protein Alphabet: WPC, WPI and WPH Explained"(hilmar.com)
- Glanbia Nutritionals, "Spot the difference: Whey protein isolate versus concentrate"(glanbianutrition.com)
- 국내 유청단백질 제품 가격 비교(지웨이·원데이뉴트리션 등 헬스보충제 판매처 공개 가격 기준, 2026)
글쓴이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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