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선물로, 혹은 요즘 부쩍 이름이 안 떠올라서 두뇌 영양제를 검색하는 분이 많습니다. 광고에는 기억력, 집중력, 뇌 노화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그런데 막상 성분표를 보면 은행잎 추출물, 포스파티딜세린, 오메가3처럼 이름만 익숙한 원료가 나열돼 있고,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원료는 식약처가 기억력·인지력 관련 기능성을 인정했지만 그 효과는 "치매를 예방한다"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준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정리이며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전문가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두뇌 영양제,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나요?

먼저 기대치를 낮추는 게 맞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두뇌 관련 기능성은 대부분 "노화로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처럼 조건과 완충 표현이 붙어 있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머리를 더 좋게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나이가 들며 떨어진 기능을 일부 보조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실제 임상시험에서 쓰인 양도 참고가 됩니다. 은행잎 추출물은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 240mg을 24주간, 포스파티딜세린은 65~78세를 대상으로 하루 300mg을 12주간 섭취시킨 연구에서 인지 지표 개선이 보고됐습니다. 즉 몇 주 먹고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 두세 달 단위로 봐야 합니다.
포인트: 전문의약품인 콜린알포세레이트 같은 제제를 빼면,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두뇌 효능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게 다수 전문가 의견입니다.
식약처가 인정한 원료는 어떤 게 있나요?

기억력 개선으로 식약처가 인정한 원료는 크게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뉩니다.
고시형은 근거가 비교적 축적돼 목록에 올라간 원료입니다.
| 원료 | 인정 기능성 |
|---|---|
| 은행잎 추출물 | 기억력 개선, 혈행 개선에 도움 |
| 포스파티딜세린 | 노화로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 |
| EPA·DHA 함유 유지 | 기억력 개선에 도움 |
| 홍삼 |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
개별인정형에는 피브로인추출물 BF-7, 참깨박추출물, 천마 등 복합추출물(HX106) 같은 원료가 있습니다. 개별인정형은 해당 업체가 제출한 자료로 개별 심사를 통과한 것이라, 원료 자체의 근거 폭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식약처는 은행잎 추출물을 포함한 고시형 원료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합니다. 인정 목록에 있다는 건 "효과가 확정됐다"가 아니라 "현재 기준으로 도움 가능성이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오메가3는 치매를 예방하나요?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답부터 말하면, 성인에서 오메가3가 치매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연구 결과가 엇갈립니다.
긍정적인 쪽으로는 18개 연구, 약 4만 6천 명을 묶은 2024년 메타분석에서 식이 오메가3 섭취가 인지 저하 위험이 낮은 것과 연결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기억력·언어 영역이 개선됐다는 소규모 연구도 있습니다.
반대로 치매 위험요인을 가진 55~80세 365명에게 2년간 고용량 DHA를 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기억력·인지기능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요 주의: "식이로 생선을 챙겨 먹는 사람의 인지가 낫다"는 관찰과 "보충제를 먹으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의 근거로 뒤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제품을 고를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1. 기능성 원료부터 확인
포장 뒷면 "기능성" 항목에 은행잎 추출물, 포스파티딜세린처럼 위에서 정리한 원료가 들어 있는지 봅니다. 원료명이 아니라 "두뇌 활력" 같은 제품명만 크게 적혀 있으면 실제 기능성 원료가 소량일 수 있습니다.
2. 인정 문구 확인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처럼 식약처가 인정한 문구가 있는지 봅니다. "머리가 맑아진다" 같은 표현은 인정 문구가 아닙니다.
3. 하루 섭취량 대비 함량 확인
원료가 들어 있어도 하루 섭취량이 임상에서 쓰인 양에 크게 못 미치면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4. 복용 중인 약과 겹치는지 점검
특히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먹고 있다면 다음 섹션을 꼭 봅니다.
5. 최소 1~3개월 지속
2주 먹고 "효과 없다"고 판단하기엔 이릅니다.
먹을 때 뭘 조심해야 하나요?

건강기능식품이라도 상호작용과 부작용이 있습니다.
✔ 은행잎 추출물은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아스피린·와파린 등 항혈전제·항응고제와 함께 먹지 않습니다
✔ 수술이나 시술이 예정돼 있으면 최소 2주 전 은행잎 추출물 복용을 중단합니다
✔ 이미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영양제보다 먼저 병원 진료를 받습니다
✔ 효과가 없다고 표시된 섭취량보다 많이 먹지 않습니다
✔ 임신·수유 중이거나 만성질환으로 약을 여러 개 먹는 경우 약사·의사와 상의합니다
비타민B12·엽산도 언급되곤 하는데, 호모시스테인이 높은 노인 3천 명 대상 연구에서 수치는 내려갔지만 기억력·사고력 검사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핍이 있으면 교정이 필요하지만, 결핍이 아닌데 인지 개선을 노리고 고용량을 먹는 건 근거가 약합니다.
그래도 먹는 게 나을까요?

여기까지 읽고 나면 "그래서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싶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두뇌 영양제는 극적인 변화를 주는 약이 아니고, 인지기능의 토대는 여전히 수면, 유산소 운동, 혈압·혈당 관리, 사회적 활동입니다. 이 부분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영양제만 챙기는 건 순서가 바뀐 겁니다.
그 위에서, 나이 들며 떨어진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보조하고 싶다면 식약처 인정 원료가 적정량 들어간 제품을 골라 두세 달 먹어보고,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을 확인한 뒤, 스스로 체감 변화를 기록해보는 정도가 현실적인 활용법입니다. 걱정되는 증상이 있다면 영양제 검색보다 신경과 진료가 먼저입니다.
참고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기억력 개선 관련 기능성 원료 안내
-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현황
- 식품저널, 식약처 고시형 기능성 원료 6종 재평가 관련 보도(2025)
- Nutrition Reviews(2024), 오메가3 섭취와 인지 저하 관련 메타분석
- 서울대학교 국민건강지식센터, 비타민B12·엽산과 치매 예방 관련 정리
- Mayo Clinic, 수술 전 은행잎 추출물 복용 중단 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