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되면 눈이 뻑뻑하고 화면 글자가 흐려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흔히 "눈이 나빠졌나" 싶어 안경 도수를 의심하는데, 사무직에서 이 증상의 상당수는 시력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은 훨씬 단순한 데 있습니다. 화면을 볼 때 눈을 덜 깜빡이기 때문입니다.
화면을 보면 왜 눈이 마르나요

우리는 평소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며 눈물막을 눈 표면에 고르게 펴 바릅니다. 그런데 화면에 집중하면 이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직장인이 화면을 보는 시간은 한 주에 평균 97시간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하루 14시간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그 시간 내내 깜빡임이 줄어 있으니 눈물막이 마르고, 각막 표면이 건조한 상태로 오래 노출됩니다.
여기에 실내 환경이 겹칩니다.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이 직접 닿으면 눈물이 더 빨리 증발합니다. 겨울철 난방으로 습도가 30% 아래로 떨어지면 체감이 확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눈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눈 표면이 마른 것"입니다. 원인이 다르면 대처도 달라야 합니다.
구분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눈을 몇 번 세게 깜빡인 뒤 잠깐이라도 글자가 또렷해진다면 시력보다 눈물막 쪽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눈물막이 고르게 퍼지면서 일시적으로 상이 선명해지는 것이거든요. 반대로 깜빡여도 변화가 없고 계속 흐리다면 그건 다른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20-20-20 규칙이 왜 효과가 있나요

미국안과협회가 권고하는 방법입니다. 이름 그대로 세 개의 20입니다.
20분마다, 20피트(약 6m) 밖을, 20초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게 왜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면 실천이 쉬워집니다. 가까운 곳을 오래 보면 눈 안쪽 근육이 계속 수축한 상태로 있게 됩니다. 먼 곳을 보면 그 근육이 풀립니다. 스트레칭과 같은 원리죠.
여기에 하나만 더 얹으면 효과가 큽니다. 20초 동안 눈을 의식적으로 완전히 감았다 뜨는 것입니다. 평소 화면 앞에서는 눈을 반쯤만 감는 얕은 깜빡임이 많은데, 그러면 눈물막이 제대로 퍼지지 않습니다.
실천이 어렵다면 타이머를 쓰기보다 일의 매듭에 붙여두는 편이 낫습니다. 메일 하나 보내고 나서, 문서 한 장 넘기고 나서 같은 식이죠. 알림에 의존하면 바쁠 때 무시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20피트라는 거리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핵심은 눈 근육이 이완될 만큼 충분히 먼 곳이라는 뜻이라, 사무실이라면 창밖이나 복도 끝 정도면 충분합니다. 거리를 재느라 실천을 미루는 게 더 손해입니다.
인공눈물은 어떻게 고르고 쓰나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자주 넣으면 눈물샘이 마른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각막이 건조한 상태로 오래 유지되어 표면에 상처가 나는 쪽이 눈 건강에 나쁩니다. 필요하면 넣으시는 게 맞습니다.
다만 하루 4회 이상 넣는다면 방부제 무첨가 제품을 권합니다. 방부제 성분이 반복적으로 각막에 닿으면 자극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일회용 용기에 든 제품이 대개 여기 해당합니다.
일회용 제품은 개봉한 날 안에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뚜껑을 닫아두더라도 개봉 시점부터 오염 가능성이 생깁니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채 넣으실 거라면 렌즈 착용 중 사용 가능이라고 표기된 제품인지 확인하세요. 일반 제품 중에는 렌즈에 성분이 흡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공눈물 말고 더 할 수 있는 것

모니터 높이를 눈보다 살짝 아래로 두면 도움이 됩니다. 시선이 아래를 향하면 눈꺼풀이 눈을 더 많이 덮어서 노출 면적이 줄어듭니다. 화면이 눈높이보다 높으면 눈을 크게 뜨게 되어 반대가 됩니다.
바람이 눈에 직접 닿지 않게 자리를 조정하세요. 에어컨 송풍구 바로 아래나 선풍기 정면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실내 습도는 40~60%를 권합니다. 가습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을 널어두는 정도로도 차이가 납니다.
따뜻한 찜질도 알려진 방법입니다. 눈꺼풀 가장자리에는 기름 성분을 내보내는 분비샘이 있는데, 이 기름이 눈물이 증발하는 걸 막아줍니다. 이 통로가 막히면 눈물이 있어도 금방 말라버립니다. 따뜻한 수건을 눈 위에 3~5분 올려두면 기름이 부드러워져 배출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너무 뜨겁게 하지는 마세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기본입니다. 하루 1.5~2리터가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도움이 되나요?
눈부심이나 대비 때문에 편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만 안구건조증의 주된 원인은 깜빡임 감소와 건조한 환경이므로, 안경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깜빡임과 습도 관리가 먼저입니다.
Q. 눈 영양제를 먹으면 나아지나요?
오메가3나 루테인이 언급되는데, 부족한 사람이 채웠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영양제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Q. 눈이 오히려 눈물이 나는데도 안구건조증인가요?
가능합니다. 표면이 건조해지면 자극을 느껴 반사적으로 눈물이 왈칵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물이 난다고 건조증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마무리
정리하면 사무직의 눈 피로는 시력이 아니라 깜빡임과 환경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20분마다 잠깐 멀리 보고 완전히 깜빡이는 것, 바람과 습도를 조정하는 것, 필요할 때 인공눈물을 쓰는 것 — 이 세 가지가 기본입니다.
그래도 2주 이상 증상이 이어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스스로 관리할 단계를 지난 것입니다. 안과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가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출처: 미국안과협회 20-20-20 권고, 안구건조증 관련 의료 정보 자료